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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흔적

설씨녀와 가실

엠알페이지 2007. 2. 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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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씨녀와 가실

설씨녀(薛氏女)는신라율리민가의여자다.

비록외롭고한미한집안에서태어났으나,안색이단정하고지행이순결하여

본사람치고부러워하지않는자가없었으나감히범하지못하였다.

진평왕때그아버지가늙은나이로서군에편입되어정곡이란곳에수자리살러가게되자,

그녀는늙고병든그아버지를차마멀리이별할수도없고,

또여자의신분이라모시고따라갈수도없어그저답답히여기기만하였다.


사량부(沙梁部)에사는소년가실(嘉實)은비록가난한집안이지만,

교양이있는바곧은사나이다.


일찍이설씨를좋아하고있으나감히말은못하더니

설씨가자기어른이종군하는것을근심한다는말을듣고드디어찾아가

설씨에게청하기를"내가비록용렬하지만항상의기있는사람이라자처해왔다.


못난이몸으로귀댁아버님의출역을대신하고싶다."라고하므로

설씨는대단히기뻐하며들어가아버지께아뢰었다.

아버지는들어오라고하여보고말하기를

"듣건대그대가노인의역사를대행한다하니기쁘고송구한마음을견딜수없는동시에보답할것을생각해야겠다.만약그대가나의어린딸을어리석고고루하다고하여버리지않을진대아내로삼아주고싶다."고하였다.


가실은두번절하며

"감히바랄수없으나그것이저의소원입니다."하고곧바로물러가혼기(婚期)를청하니
설씨는

"혼인은사람의대륜(大倫)이니갑자기할수도없소.첩이이미마음으로허락한이상죽어도변함없으되낭군이수자리나갔다가교대하고돌아온뒤에택일하여성례하더라도늦지않소."하고거울을반으로나누어각기한조각씩가지며

"이것이신표니후일마땅히합칠것이오."하였다.


가실이진작말한마리가있었는데이에당하여설씨더러이르기를

"이말은천하에없는양마(良馬)이니뒤에반드시쓰게될것이오.여기두고길러뒤에쓰게해주시오."하고작별하고떠났다.


마침나라에사고가생겨사람을교대하지않으므로6년동안눌러앉고돌아오지않으니

아버지는딸더러이르기를

"처음에3년을기약했는데지금은벌써넘었다.다른성씨에게시집가는것이좋겠다."하니설씨는
"그때부친을편안케하기위해굳이가실과더불어언약하였기로가실이믿고여러해를종군하여기한(飢寒)과노고를견디며하물며적의경계에가까이있어손에무기를놓지못하며호구(虎口)에접근하여노상씹힐까걱정하고있는처지인데신의를버리고식언을한다면어찌인정이라하오리까."하고

"끝내아버지의명령을따르지못하겠으니다시말씀을말아주시기바랍니다."고하였다.


늙은그아버지가그딸이장성한몸으로남편이없다하여강제로출가시킬양으로

몰래마을사람과약혼하고날짜까지정하여그상대자를데려오니

설씨는굳이항거하며비밀히도망가려하다가못가고마구간에들러가실의남겨둔말을보고탄식하며눈물을흘렸다.


이때가실이교대하고돌아왔는데

얼굴이바짝마르고의복이남루하여집안사람이몰라보고딴사람이라고하였다.

가실이바로앞에나와파경을던져주니

설씨받아들고흐느끼며아버지및집안사람이매우기뻐하여

드디어다른날에서로화합할것을언약하여마침내함께해로(偕老)하게되었다.

출전 : 삼국사기열전-삼국사기신호열편역P.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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