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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흔적

연오랑과 세오녀

엠알페이지 2007. 2. 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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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오랑과 세오녀

옛날 신라땅 동해 바닷가 조그마한 어촌에 연오랑과 세오녀라는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 연오랑은 가난하지만 부지런한 어부였고,

아내 세오녀는 밭을 매거나 베를 짜는 일을 했다.
이렇게 연오랑과 세오녀는 오손도손 정답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오랑은 해변을 거닐며 낚시하기에 알맞은 곳을 찾다가

거북처럼 엎드려 있는 바위 하나를 발견하여 신을 벗어 놓고 그리로 올라가 낚시대를 드리웠다.
이날 따라 한 참을 있어도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해가 중천에 올 무렵 갑자기 몸이 갸우뚱하여 놀란 나머지

주위를 살펴보니 바위가 바다로 두둥실 떠가고 있었다.
연오랑을 태운 바위는 동쪽으로 계속 떠내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태양이 연오랑의 머리 위에 바짝 붙어 따라 오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점심을 차려놓고 남편을 기다리던 세오녀는 아무리 기다려도 연오랑이 오지를 않자 바다로 나갔다.

세오녀는 남편이 자주 가는 바위가 있는 해변가로 갔다.
여기 저기 남편을 찾다가 어떤 바위 아래서 남편이 벗어놓은 신발을 발견하였다.
그 바위는 생긴 게 꼭 거북이 등과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였다.
세오녀는 신을 벗어 놓고 그 바위에 올라갔다.
이번에도 바위가 둥둥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세오녀를 태운 바위는 점점 빨라지면서 동쪽으로 흘러갔다.

한편 머리에 해를 이고 동으로 흘러갔던 연오랑은 이윽고 어떤 섬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일본의 서쪽 해안이었다.
당시 일본은 나라를 이루지 못해 부락 단위로 싸움이 심했다.(부족연맹체)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사람은 이를 보고는 말하기를 "이는 비상한 사람이다" 하고 그를 세워 왕으로 삼았다.

[일본제기(日本帝紀)를 상고하건데 전후에 신라 사람으로 왕이 된 자가 없으니,

이는 변방 고을의 소왕<小王)이지 진왕(眞王)은 아닌것이다.]

일본사람들의 간절한 부탁에 못 이겨 임금이 된 연오랑은 마음이 무거웠다.
신라에 두고 온 아내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그러고 있을때 세오녀를 태운 바위가 이 일본에 도착했다.
이 이상한 사실에 대한 신하의 보고를 듣고
연오랑이 나가보니 놀랍게도 그것은 세오녀였다.
그리하여 세오녀는 일본의 왕비가 되었다.

연오랑이 일본을 다스리게 되면서 일본에는 태평세월이 계속되었다.

이때에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는데
일관(점술가)이 아뢰기를
"해와 달의 정(精)이 우리 나라에 있었는데 이제 일본(日本)으로 가 버렸기 때문에

이런 괴변이 있게 된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신라왕은 일본에 사신을 보내 두 사람에게 돌아오기를 청하니
연오랑이 말하기를
"내가 이 나라에 도착하게 된 것은 하늘의 뜻인데 지금 어떻게 돌아가겠는가?

그러나 짐(朕)의 비(妃)가 짜놓은 가는 비단이 있으니,

이로써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될 것이다" 하고는 그 비단을 주었다.
사신이 와 아뢰자 그 말에 따라 제사를 지냈다.
그러자 해와 달이 예전처럼 되었다.
해와 달을 되찾은 신라 사람들은 그 뒤로 동해 벌판을 영일(迎日) 이라고 불렀으며,
비단을 제물로 바치고 제사 지내던 곳을 도기야 (都祈野)라고 했다.

지금의 영일군 오천면 도구동이 그곳이다.

때는 신라 제8대 아달라왕(阿達羅王) 즉위 4년 정유(A.D 157년)의 일이다.


- 삼국유사.권1. 기이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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