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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成桂와 李之蘭

엠알페이지 2020. 2. 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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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李成桂)가 영흥에서 함흥으로 이사한 뒤의 일이다.
하루는 훤칠하게 생긴 활량 한 사람이 그를 찾아와서 공손히 읍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듣자하니 노형께서는 궁술이 놀라우시다하는데 소생과 한번 그 재주를 겨루어 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이 말을 듣고 이성계는 그 활량의 풍채와 언행이 비범함을 찬탄하면서 자신의 궁술을 쾌히 응낙했다.
“거 참 좋은 말씀이요. 어디 한번 겨뤄보실까요?” 그는 앞장서서 활터로 나갔다.
“자, 그럼 노형이 먼저 백보 밖에 서서 나를 맞히어 보십시오.”
이성계가 쭈그리고 앉으면서 활량에게 말했다.

활량은 서슴치 않고 백보 밖으로 걸어 나가더니 이성계의 면상을 겨냥하여 힘차게 화살 한 대를 쏘아 보냈다. 바위라도 뚫고 나갈듯한 화살을 이성계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두 팔을 뻗치어 냉큼 받아놓았다.
활량은 적이 놀라면서 또 한 대의 활시위를 쏘아 보냈다. 이성계는 날쌔게 땅에 엎드려 화살이 살짝 등골을 스치고 빗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활량의 얼굴에는 동요의 빛이 역력했고, 정신을 가다듬어 정성을 다해 세 번째 화살을 쏘았다. 이번에는 순간 전광석화처럼 몸을 솟구쳐 공중에 떠서 두 다리를 쩍 벌려 가랑이 밑으로 화살이 빠져나가게 했다.

이 광경을 본 그 활량은 황망히 활을 던지고 뛰어와서 이성계의 앞에 와서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십시오. 감히 장군님을 몰라 뵙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천하에 명궁이 저 밖에 없는 가 했더니 오늘에야 비로소 하늘 높은 줄 알았나이다.” 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이성계는 껄껄 웃으면서 “그 무슨 말씀을... 자, 어서 일어나시오. 우리 서로 인사나 합니다.”하고 활량의 손을 붙들어 일으켰다. 이것은 이성계가 그 활량의 재주를 시험해보려 했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복종하도록 하고자함이었는데 그러한 그의 심산은 적중했던 것이다.

이윽고 두 영웅이 인사를 나누고 보니 그 활량 또한 당시 천하에 명궁으로 이름을 떨치던 이지란(李之蘭), 바로 그 사람이었다. 지란은 본래 중국 송나라 때의 명장 악비의 자손으로, 그의 조상이 역적 진회에게 몰리어 멀리 고구려국 흑룡강 기슭으로 피난하여 살면서 그의 외가성을 따라 퉁가 행세를 하였으므로 지란은 원래 퉁지란이었다. 뒤에 왕이 된 태조 이성계가 성(姓)을 하사하여 이지란이 되었다.

고려 공민왕 시절에 자기의 부하 수 명을 거느리고 압록강을 건너와서 북청 땅에서 살았는데, 당시 이성계가 특이한 위인임을 듣고 사귀어 보고자 찾아왔던 것이다.

그 후로 이성계와 지란은 의형제를 맺고, 명콤비가 되었으며, 지란은 이성계의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충성을 다하였다.

지란은 출장입상(出將入相)의 비범한 인물이어서 전장에 나가면 명장이었고, 전장에서 들어와 조정에서는 행실이 높은 재상 같았다. 벼슬이 상장군과 청해백에까지 이르렀고, 일상생활은 검소하고 담백하였으며, 말년에는 부귀와 공명도 버리고 산속에 들어가 중이 되었다. 여생을 수도생활에 바치다가 칠십 이 세에 아무 병도 없이 조는 듯 앉아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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