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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색시가 왕후되다.

엠알페이지 2020. 2. 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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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가 함경북도에 살고 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다.
형 원계와 같이 사냥갔다가 호랑이에게 형을 잃고 아연 실색하여 단숨에 십여 리를 뛰어 내려왔다.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 놓이는 듯했으나 갑자기 심한 갈증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 먹을 물을 찾느라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데 문득 저편 시냇가에서 한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성계는 걸음을 재촉하여 그 여인 곁으로 다가가서 물을 좀 달라고 청하였다. 그러자 그 여인은 흘깃 성계를 곁눈질해 보고 나서 바가지를 정하게 씻어 물을 가득히 뜨더니 바로 곁에 서 있는 버드나무 가지를 움켜잡고 버들잎을 한 주먹 훑어서 바가지에 띄워주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바라복 섰던 이성계는 몹시 화를 내면서 “갈증이 심하여 물을 달랬는데 먹지 못할 버들잎을 띄워주니 무슨 해괴한 짓이오?”하고 야단쳤다.

그러자 그 여인은 공손한 말씨로 천천히 “갈증이 몹시 나시는 것 같은데 이런 때 냉수를 급히 마시면 병에 걸리기 쉬사옵니다. 버들잎을 띠워드리면 아무래도 훅훅 불어야 하실테니 그만큼 천천히 자시게 되잖아요.”하고 미소까지 지어보이면서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물그릇을 받아든 이성계는 “이런 심산에 어떻게 저런 미인이....” 내심 감탄하였다. 물을 다 마시고 난 이성계는 한동안 멍청히 서서 그녀의 미색에 도취되어 가슴에 불길같은 애련의 정이 타오름을 느끼며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이윽고 그녀가 빨래 그릇을 챙겨 이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나섰다.

그녀의 집에 도착하자 이성계는 그녀의 부친 강윤성을 찾아뵙고 단도직입적으로 간청하였다.
“댁의 따님을 저의 아내로 주옵소서.”
이때 강윤성은 갑작스런 일에 당황하긴 하면서도 이성계의 기상과 기골이 비범함을 훑어보고 승낙을 하였다.

그때 이성계에게는 이미 한씨 부인이 있었지만, 이 강씨도 역시 육례를 갖추어 제2부인으로 맞아들였다.

그런데 제1부인 한씨(후일 신의왕후 한씨 추존) 6남 2녀를 낳고는 이성계가 등극하기 전에 서거하였으므로 왕후로서의 추존도 사후에 하게 된 것이다.

이성계가 태조로 즉위하게 되자 제2부인인 강씨를 왕비로 책봉하였으니 그가 곧 신덕왕후이며, 방번, 방석 두 아들과 경순공주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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