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아
물레방아 본문
한 움큼씩 머금고 속살까지 훤히 내비치며 하얗게 쏟아진 물은 덩치 큰 물레방아를 서서히 돌리기 시작한다.
쿵더쿵, 쿵더쿵.
굴대에 달린 눌림방아채가 물의 힘에 못 이겨 고개를 까딱까딱 거리면 시골마을의 한적함은 깨어지고, 어느새 동네 아낙들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가 온 동리를 감싸 돌면 메주며 고춧가루, 옥수수 가루, 메밀 등이 담긴 함지박이 물레방앗간에 그득해지던 고향마을의 풍경은 이제 추억이 한 자락으로 남아 그리운 향수애를 더욱 애닯게 한다.
덜컹덜컹 홈통에 들어가 다시 쏟아져 흐르는 물이 육중한 물레방아를 번쩍 쳐들었다가 쿵하고 확으로 내려쳐지며, 확속에 들어 있는 것을 찧는 물레방아간에 어머니가가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저녁상이 기대되던 그 시절, 물레방아는 마음마저도 넉넉하게 해주는 존재였다.
덜어진 수고에 감사하며 흥얼거리는 민요 한 자락만 보아도 꽤나 소중하게 다루어진 것이 물레방아였음을 가늠케 하는데, 아낙들은 이 모두를 절대자가 가져다주는 자연의 혜택으로 알고 물의 신과 하늘의 신께 치성을 다하였다.
물레방아는 '물레'와 '방아'의 합성어이다.
이 물레는 한자로는 수차(水車)라고 하는데, 물레를 이용하여 방아를 찧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에 방아가 뜻하는 것은 곡식 따위를 절구에 넣고 찧거나 빻는 기구를 가리키는 말인데, 그렇다고 보면 방아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맞먹는 아주 오래된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벼나 보리 따위의 곡식을 빻거나 찧는 물레방아의 힘은 민간신앙으로까지 그대로 전달된다.
물레방앗간에서 신방을 차리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속신을 믿고 신방을 물레방앗간에 차리던 풍습이나, 방앗간에서 출산하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진통하는 산모를 물레방앗간으로 업고 가기도 했던 것은 물레방아가 지닌 영험을 믿었기 때문이다.
방앗공이를 남근으로 여겨 아들을 낳고자 했던 예전 여인네들의 간절한 바램을 반영한 풍습중의 하나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사이로 고단하게 돌아간 세월만큼 내려앉은 파란 이끼가 비치고 물레방아 돌아가는 가락이 동구 밖까지 내달음 치던 정겨운 풍경이 그리워진다.
출처 :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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