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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흔적

골목놀이

엠알페이지 2006. 10. 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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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놀이
‘땅따먹기’
‘말타기’
‘고무줄 놀이’
‘자치기’
‘비석치기’
‘구슬치기’
‘오재미’
‘여우야,여우야 뭐하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지난 60∼70년대까지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을 아련한 향수 속에 잠기게 하는 놀이들이다.

지금은 보기 힘든 이런 놀이들은 컴퓨터는커녕 TV도 귀한시절을 대변하던 ‘골목문화’의 상징으로 중년층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학교에 다녀와서 책가방을 팽개치고 땅거미가 잦아들 무렵까지 빠져들던 이런 놀이들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어울리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배웠다.

학교와 아파트 놀이터의 미끄럼틀·그네가 고작이고 여럿이 어울려 노는 놀이도 없이 TV나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혼자 노는 문화’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은 부모세대의 이런 놀이가 생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이런 놀이들을 즐길 골목길까지 꼬리를 무는 자동차 행렬에 빼앗긴 지 오래다.

옛 골목놀이들은 보통 5∼6명,때론 10명 이상도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게 특징이다.

여자 어린이들이 주로 하던 오자미는 콩이나 팥,또는 모래를 넣어 헝겊으로 싼 오자미를 가지고 편을 갈라 노는놀이다.

요즘의 피구(避球)와 같은 형식의 이 놀이는 현재도 초등학교 운동회때 점심시간을 알리는 ‘박 터트리기’에 등장한다.

오재미와 함께 고무줄 놀이나 비석치기·공기놀이 등은 주로 여자 어린이들의 놀이였다.

그런가하면 사내아이들의놀이는 상대적으로 와일드하고 힘을 겨루는 것이 많았다.

말타기(일명 말뚝박기)는 가위바위보로 진 편의 어린이가 말처럼 허리를 굽히면 이긴 편의 어린이들이 달려와 힘차게 구르고 올라탄다. 무너지지 않고 버티면 임무를 교대, 상대편을 말로 삼아 올라탄다.

남자 어린이들의 대표적인 놀이로는 말타기 외에 자치기·구슬치기·딱지치기와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가이생’이 있었다. 당시 일본어 ‘카이센(回戰)’의 우리식 발음이었던 이 가이생에는 ‘세발뛰기(일명 네모가이생)’‘ 동서남북(십자가이생) ’‘오징어가이생’등이 있었다. 가이생은 많게는15명에서 20명까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세발뛰기는 직사각형의 중앙에 진 편이 서서 양쪽을 왕복하려는 이긴편을 저지하는 놀이다.

동서남북은 두편으로 나눠 이긴편이 십자모양으로 된 구역을 세바퀴 돌고 진편은 이긴편이 돌지 못하도록 잡아끌거나 밀어낸다.

오징어가이생은 세발뛰기와 동서남북 놀이의 구역을 오징어 모양으로 변형시켜 재미를 더한 놀이다.

이런 놀이들도 심드렁해지면 어린이들은 때론 3∼4명이모여 수수깡으로 바람개비를 만들고, 버드나무로 호드기를 만들어 불기도 했다.

바람개비는 수수깡이나 나무젓가락, 정사각형 색종이와 압정을 이용해서 만든다.

정사각형 색종이를 어느 정도 여분을 두고 대각선 방향으로 잘라 압정으로 수수깡에 고정시킨다.

수수깡 부분을 잡고 달리거나 바람이 불 때 바람방향으로 잘 잡으면 신나게 돌아간다.

호드기는 파릇파릇한 버드나무 잔가지를 손가락만하게 잘라내 껍질을 이용해 피리를 만든다. 호드기의 길이가 길면 저음이, 짧으면 고음이 난다. 여러가지 호드기를 만들어 누가 오래 소리를 낼 수 있는지도 겨룬다.

버들피리’로도 불리던 호드기는 어린 동심에 깃들었던 고향의 소리,

골목문화의 정서적 상징으로 남았다.

서울신문2002년 0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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